아빠 회사에 '견학(???)'간 시원이.


직업이 기자라선지 몰라도...

대화할 때마다 고개를 드는 못된 버릇이 있었다. 


가령 대화할 때 두괄식 화법을 그렇게 찾는다. 중심내용을 먼저 말한 뒤 세부내용을 뒤에 붙이는 화법을 좋아하고. 

누가 미괄식으로 이야기할라치면 심할 경우 짜증이 나기도 했다.

기자들은 기사를 두괄식으로 쓰라고 훈련받는다. 일명 역피라미드 구성. 기사 앞부분에 중심내용을 명확하게 담아 쓰는 기법이다.

그렇다. 이 버릇이 일상대화까지 영향을 미친거다.


대화의 콘텐츠를 그렇게 따진다. 

대화하면서도 이 대화내용이 기삿거리가 될만한가를 속으로 따진다.

심할 경우 기삿거리가 될만하지 않은 내용엔 관심을 잘 두지 않기도 했다. 

특히 일상사 이야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대화들 말이다.

가령 어젯밤 드라마에 누가 나왔는데 어느가방을 메고있더라. 그 가방 이쁘더라. 어떤 연예인은 참 몸이 좋아. 어제 무얼 먹었는데 맛있었다. 등등의 이야기들....


아오 나도 이러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이 싫어진 적 있다.

그러나 늘 하는일이 기자질이라 버릇을 밖에 내다버릴수도 없는 노릇.........


이러던 내가 아기를 낳고 바뀌었다.


세상은 그렇게 심각하지만은 않았다. 

머릿속이 일로 가득차있고. 머리회로가 사안을 뒤집어보고, 보도자료도 뒤집어보고, 일단 비판 한번 해보도록 짜여져있는 나라는 기자에게 세상은 불합리함 투성이고 부정의가 난무하며 슬픔과 비애로 물든 그런 곳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일부분 맞는거 같다.

나는 뾰족한 경향신문 기자니까. 


내가 살 수 있는 24시간 중 대부분을 우리사회의 무거운 사건들을 생각하고 이에 대해 고민하느라 보내던 나는.

아기를 낳고 나서 24시간 중 대부분을 나의 일상과 아기의 일상을 생각하며 보내도록 '강제됐다'. 그래 강제됐다고 해야 맞겠다. 

아기 낳으면 보려고 집에 신문을 2개나 구독했고, 주간지도 2개나 오고 있었으며, 월간지도 1개나 온다. 

그러나 신문이며 잡지며 들춰보기는 하늘의 별 따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나마 내가 사회문제와 접촉할 수 있는 창구는 8시뉴스뿐.  

그러나 대부분 아시듯이 방송뉴스가 상당히 연성화돼있는 상황이라 8시뉴스가 비추는 세상은 그리 뾰쪽한 세상이 아니더라.

내가 마주치는 뉴스는 핸드폰에 '띠리링'하며 들어오는 속보와. 

가끔 접속하는 포털사이트 네**의 메인에 노출된 뉴스들뿐. 많은 분들이 아시듯이 네**도 요즘 말이 많다. 정치적 사안은 잘 다루지 않으려하는...암튼. 이 글에서 말하려는 야마는 이 내용이 아니니 이정도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는걸로.



내가 이렇게 생활하게 된 것은 물론 육아휴직의 폐해다. 

사회에 어두워지는. 

나의 관심이 집안에만 가두어지는.

이런 현상은 분명 나에게 좋지 않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긍정적인 현상이기도 했다. 

내가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슬슬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아기가 나에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산책하며 마주친 할머니 한분이 아기를 향해 짓는 미소로도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걸

아기를 낳고 알았다.


아기와 함께 밖에 나가면 아기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기를 향해 웃음을 짓고, 까꿍을 하고 얼러주신다.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공간에 아기와 함께 타면 더욱 심하다.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이 죄다 아기를 향해 웃음짓는다.

아기는 그 사람의 가장 밝은 표정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리고 아기를 향해 웃음짓는 사람들과 아무 의미 없는 대화도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으로 대화가 가능해졌다. 

내 아기를 향해 웃음짓는 그들과 비록 '영혼 없는' 대화를 하더라도. 그들의 웃음이 고마워 성심성의껏 대화에 임하게 된다.


전편에서 썼던 문화센터에서 만난 엄마들과도. 

사실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Y언니 제외.ㅎ 난 이래서 언니가 넘흐 좋아 ^^ )

그래도 이들과는 나의 일상을 공유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심각하지 않은 일상 이야기도 너무나 재밌게 할 수 있게 됐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말이다.


육아휴직 기간 초기 6개월간 말다운 말 못해보고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든 진심으로 기쁘게 대화에 응하는 태도가 생겼다.


세상은 밝게 보려는 사람에게는 밝게 보인다.

(그렇다고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진리!!!)


그래 우리 늘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심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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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캔디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