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간 소식이 없다 싶으셨죠.
제가 논문을 좀 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물론 아직도 안끝났습니다. (그냥 웃지요 허허허)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논문을 처음 쓰시는 분들이 느끼실 그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생판 초보가 논문을 시작하기까지의 그 여정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제 소중한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도 조금 있고요.

사진출처: dulibrary.tistory.com 서핑하다가 그냥 가져온거에요.



#1. 
제가 논문이란걸 처음 시작해야지 하고 생각한건 2012년 12월입니다.
제가 다니는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대학원 궁금하신분들 이 동영상 클릭해보세요)에서 지도교수를 개인적으로 '섭외(?)'하라고 했지요.
전 아무리 제가 대학을 과학을 전공했어도 대학원만큼은 사회과학적 배경지식이 있는 저널리즘 교수님께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진달용 교수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교수님께 부탁을 드릴 때 체크포인트.
: 간략하게나마 프로포잘을 써서 보여드려야 함. 프로포잘에는 연구하고자 하는 내용(비록 막연한 내용이라도 일단 정리 필요). 가능한 연구방법. 연구의 의의 정도를 적어서 보내야 합니다. 전 A4 기준 4페이지 정도 정리해서 보냈어요. 이렇게 보여드린 프로포잘이 끝까지 그대로 갈 것이라는 기대는 추호도 하지 마세요. 교수님과 상의하고 논문을 쓰면서 수도없이 많이 바뀝니다. 아이디어만 거칠게 정리한다고 생각하세요

***교수님과의 의사소통 방법
: 개인적으로 경험을 해보니 교수님께 질문을 할 때 막연히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연구는 학생 본인이 하는 것입니다. 교수님은 학생의 연구에 대해 학생만큼 속속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질문을 할 때 "교수님 A와 B안이 있습니다. A와 B의 장단점은 각각 이러하고 이러이러한 전망이 있습니다. 어떤게 나을까요."와 같이 객관식으로 드리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학생이 생각하는 연구문제가 길을 잃지 않고 꾸역꾸역이라도 밀고나갈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 막연히 부탁드렸다가 연구의 길을 잃었다는 하소연 글 인터넷에서 많이 봤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이렇게 하라고 하셔서 그대로했는데 교수님이 왜 이렇게했냐고 호통을 쳐 황당하다는 글도 인터넷에서 많이 봤어요. 
교수님께 전적으로 맡기지 마세요. 연구는 학생 본인이 하는 겁니다. 다만 교수님은 모르는 점에 대해 알려주시고 연구의 곁가지를 쳐주시며. 만약 내가 길을 잘못들었다면 바른 길을 알려주시는 분입니다.

#2. 
약 5달이 지난 지난 5월초 교수님과의 정식 만남이 있었습니다. 
저는 나름 욕심을 부려 논문 형식에 맞춰서 초안 of 초안 of 초안을 써갔습니다.
연구배경. 연구문제. 이론적 배경. 연구방법 정도 써갔어요. 

당시 제가 잡은 제목은 '기자들의 위험보도 과정에 대한 연구-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입된 방사성물질에 대한 보도를 중심으로' 였고요.
연구주제는 기자들의 위험보도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문제점을 발견해 대안을 제시한다. 라는 아주 러프하다못해 뭔소린지 모르겠는 정도였지요. 허허허(그냥 웃지요 -_-;; )

이 주제를 택한 이유는 제가 직접 취재를 했던 사안이었기도 했지만...
취재하면서 진짜 웃긴다 싶었거든요.
방사성물질 올까? 안올까? 의 궁금증이 있을때 정부가 안온다고 단언했고 막성 방사성물질이 오니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막 나왔죠.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과학보도에 있어서 한가지 에피소드가 될것 같았어요. 이때까지만해도 이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구로 발전시켜야할지 도통 몰랐어요. 

맞아요. 제가 익숙해있던 신문기사 문법과 논문의 문법은 천지차이였어요. 
화성에서 온 신문기사, 금성에서 온 논문 이정도에 비유하면 느낌이 오실랑가요.

암튼 논문 문법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나도 반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다독인후에. 이론적 배경을 한번 써봤어요.

이론적 배경 부분에는 위험보도란 무엇? 위험보도의 특징? 이정도를 썼던거 같아요. A4 3~4장 정도였던거 같아요. 
이때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전흥렬 석사(kbs pd)의 논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저랑 주제의식이 좀 비슷했거든요. 이 논문을 샘플로 해서 이론적 배경을 정리했지요.

연구방법은 심층인터뷰로 했어요. 
기자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람들 만나 인터뷰하는게 기자의 일상사이니까요. 

위험보도나 방사성물질에 대해 연구하는 다른 교수님들도 찾아뵀었어요.
단국대 하미나 교수님의 경우 방사성물질의 인체영향에는 역치가 없다(아주 미량이라도 공중보건학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가능한한 쏘이지 않는게 좋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이고 위험보도에 대해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실 것 같아 무작정 찾아갔어요. 
스승의 날이라 정신없으셨을텐데도 제게 방사성물질의 특징이나 보도경향 등에 대해 토론을 해주셨어요. 다른 교수님들도 추천해주시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연구문제가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 구체화됐던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그때만해도 갈길이 아주 멀었지요....

드디오 교수님과의 첫번째 공식 미팅 후 이 주제를 컨펌받았고. 
파일럿 인터뷰를 해보라는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3. 
심층인터뷰 질문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그런데 몰라도 너무 모르겠더군요. 
신문기사 인터뷰와 논문 인터뷰는 너무 달랐습니다. 네 위에서 말씀드렸죠 문법이 아예 달랐다고. 

지도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논문이 질문지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단국대 전형준 교수님과 고려대 박재영 교수님이 쓰신 <Hwang's fraud and Korean Pres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저널에 실렸어요. 이 저널은 인용지수는 낮은데 아마 전문분야 논문이라 그럴꺼에요. STS분야는 사실 연구자들도 그리 많지 않고 너무 전문분야니까요.

암튼.
저는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전형준 교수님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단국대는 죽전에 있더군요 -.-;;
그런데 만나뵙고 나니 고생하면서 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꼼꼼하신 전 교수님께서는 제게 질문지 만드는 법을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자세히 설명해주셨고요. 황교수 논문조작 사건에 대해 논문을 쓰게 되신 계기와 쓰면서 겪으신 시행착오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어요.
이때 제가 논문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논문 연구를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 감을 좀 잡았던 거 같습니다. 

심층인터뷰 질문지는 한번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인터뷰를 해나가면서 질문을 추가하고 혹은 삭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터뷰 해나가면서 연구문제가 더욱 확고해지거나 혹은 바뀌기도 한다. 새로운 문제의식을 발견하기도 했고. 질문은 가능한한 상세하게.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로 밥먹으면서 했었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추가인터뷰 하고. 등등등. 많은 팁을 얻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심층인터뷰 질문지를 만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첫 질문지는 정말 빈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땐 나름 고심해서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제 연구대상이 될 기자들 중 가장 친한 제 전 직장 동기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우왕좌왕하고 잘 모르고 어설픈 제 모습을 다른 선배님들껜 들키기 싫었거든요 (ㅠ_ㅠ)
그의 인터뷰 도움으로 인해 저는 질문지를 업그레이드 했어요.

역시 인터뷰를 하고나니 약간 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연구문제도 위험보도 과정이라는 막연한 주제에서 기자들이 정부의 발표에 대해 검증을 시도했으나 그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담아야겠다는 아이디어까지 떠올랐죠.
이 아이디어는 그 뒤로 2명을 더 인터뷰하면서 더 확고해져갔습니다. 너무 다행이었죠.

그리고 이후에도 두명을 더 인터뷰했어요.

5명을 인터뷰한 뒤 제 연구문제는 아래와 같이 바뀌었어요.
기자들은 과학적으로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보도를 할 때 정부의 주장을 어떻게 검증하는가. 그리고 언론사와 과학자는 사회적 재구성과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전보다 더 자세하지요?
아 이렇게 만들어놓고 제 자신에게 어찌나 뿌듯하던지..하하하 ^^;;;
(물론 위 주제는 태클을 받고 현재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크하하.)

#4. 예비심사.
위 주제로 예비심사를 받았어요. 심사에 참여하신 4분의 교수님 모두 합격을 주셨고요.
코멘트로는 좋은 주제라는 칭찬과 함께.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확한 설명이 필요. 비과학과 헷갈리지 않게.
방사선량의 인체 영향(예를 들어 연간선량 등)에 대해 수치를 이용해 논문에 써줘야 한다 등의 코멘트가 나왔어요.

그런데 전 이 코멘트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전형준 교수님께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드렸습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오는지...;;; 

그런데 이것이 2번째 터닝포인트가 됩니다.
교수님께서 연구문제를 더 다듬어주셨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은 어차피 검증이 어렵다. 검증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기자들이 불확실한 상황을 취재할 때 어떻게 사안에 접근하느냐 이런 주제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코멘트를 주셨죠.

위 주제대로라면 검증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시켜서 제가 머리속에 막연히 가지고있던 연구문제를 더욱 확실히 표현하게 되는 거 같았습니다.
너무 고마우신 교수님.

이렇게 잡고 보니 힘이 나더군요.
그래서 추가인터뷰도 더 하고. 4명의 새로운 인터뷰를 해 지금까지 총 9명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실 더 많은 분을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2011년에 발생한 사안이다보니 그 사이 기자분들의 신변에 많은 변화가 있더군요. 제가 인터뷰하고싶던 분 가운데 연구를 떠나신분만해도 4분이었습니다. 아쉬워요.

그래도 제가 요청드리면 마다하지않고 모두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선후배님들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제 논문 잘 나오면 모두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선후배님들덕분입니다.

#5. 논문의 초안 of 초안
10월 초 논문의 초안 of 초안을 썼는데요. 지도교수님께 한번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내 방향이 맞는지. 만약 틀렸다면 완성하기 전에 보여드리고 혼나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요.

용기를 내 보여드렸더니 역시나 꼼꼼한 코멘트를 보내주셨습니다.
여러가지 코멘트 가운데 여러분들께도 알려드리고싶은 것은.
심층인터뷰로 논문을 쓰실 때 심층인터뷰만 가지고 논문을 쓰면 내용이 약하다고 합니다. 이때는 기사의 내용분석도 간략하게나마 병행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제 논문 30페이지 분량 중 4~5페이지 정도는 내용분석을 가지고 채우면 될것 같다고 하셨어요.
내용분석은 기사의 비중을 살펴보는 것으로 기사량, 기사의 취재원, 기사의 논조, 주제, 형식 등 자신의 연구문제와 맞춰서 항목을 구성하면 됩니다. 

저는 2008~2010년에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연구분과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요. 그때 신문 모니터 정말 많이했거든요. 한달에 한가지 주제씩 했던거 같아요. 신문모니터도 비슷합니다. 기사량. 기사의 주제. 배치. 등등 우리의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항목을 정해 신문을 분석합니다. 이 활동이 이번 내용분석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논문의 내용분석에서는 
저는 일단 아이서퍼라는 신문스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사를 모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사를 저장하면 상단에 게재일자와 면수가 자동으로 찍힙니다. 그래서 편해요.
지면을 하나하나 보면서 기사를 골랐어요. 
시간이 없으시다면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하시는 방법도 있어요. 전 만에하나 기사가 빠질까봐 걱정이 돼서 하나하나 봤고요. 이때문에 사나흘 걸렸어요(ㅠ_ㅠ)

저는 방사성물질 유입 이전과 유입 이후 두 기간으로 나눠 각각 기사량을 세어봤고.
기사마다 등장하는 취재원을 (2-1 정부) (2-2 학계) (2-3 해외기관) (2-4 국내 기관) (2-5 일반 시민) 이런식으로 나눠서 카운트를 했어요. 기사마다 옆에 숫자를 썻고 나중에 이걸 한꺼번에 세어서 숫자를 적었어요.
논조랑 주제도 이런식으로 했어요. 

논문은 증거를 남겨놔야해요 그래야 나중에 고칠 일이 생길 때 바로 보면서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내용분석을 하실 때 옆에 일일이 항목마다 써놓으시는걸 추천해요 저는.

그리고 내용분석한 걸 표로 만들고.
해설을 담아 텍스트로 정리합니다.

제가 딱 여기까지 했네요.
이제 내용분석한거 마저 정리하고. 연구결과에서 기자들 인터뷰한 내용 정리한 것에 대해 교수님께서 기술적인 면을 지적하신게 있어서 그것을 수정해야해요. 결론부분도 써야하고요.

열심히 해야죠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아참. 
직장 다니시면서 논문 쓰시는 분들에게도 드리고싶은 팁이 있어요.
논문은 일명 '부팅 시간'이 필요한거 같아요.

논문 써야지 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막상 논문을 시작할때까지 최소 한시간 정도가 필요해요. 거참 이상하죠 -_-;;;; 
이걸 전 부팅시간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래서 퇴근후에 써야지 하시면. 매번 실패하세요....
퇴근후 논문 쓸 수 있는 시간 고작해서 1~2시간 아닌가요....
그래서 주로 밤을 새서 하게되는 슬픈 이야기.ㅠㅠ

평일은 이렇게 밤을 샐수밖에 없다고 하셔도.
논문은 절대적인 시간을 들여야해요.
그러니 주말을 통째로 빼서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시작하세요. 그러면 점심시간 전에 시작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논문이라는게 발동이 걸리면 쭉 써지더라고요.
주변분들께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도 추천이에요.

전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엄마 미안.ㅠ
아기를 보면서 논문쓰는건 불가능 -_-;;
그래서 논문 써야하는 기간엔 친정집에 내려와서 눈뜨자마자 도서관에 가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언능 논문을 끝마쳐야 엄마도 좋고 저도 좋고 할텐데요잉.
그게 참 쉽지않아서 허허허

세상은 논문을 쓴 사람과 써보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데요.. 이 말 맞는거 같아요.ㅎ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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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더 진행하고 나면 후속편도 정리해서 올려볼께요 ^^
모두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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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캔디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