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케익 앞에 놓고 치즈~ 엄마랑 저랑 입맛뿐 아니라 얼굴도 붕어빵입니다. /사진출처: 목정민


"넌 참. 입맛까지 엄마를 닮았니"

엄마가 제게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 집에서 김치만두를 만들어 놓으면 먹는 사람은 엄마와 저뿐입니다.

저녁식탁에 고사리나 시금치같은 나물반찬이 올라오면 먹는 사람은 엄마와 저뿐입니다.

두부 요리도 오로지 엄마와 저만 먹습니다. 


이런 음식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칼국수, 수제비같은 밀가루 요리. 

옥수수.

된장찌개.....등등등. 


엄마랑 제 입맛은 신기할 정도로 닮았습니다.


막연히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입맛은 엄마가 해준 밥맛을 가장 잘 느끼도록 '최적화'돼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자주 먹는 음식을 좋아하게되고. 좋아하니 더 자주 먹게되고..습관이 기호와 취향을 만드니까요..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자식의 입맛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미 결정된다는 사실을.


엄마를 똑 닮은 제 입맛은 결국 제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만들어져있었다는 말!!??


재미있는 실험 3가지가 있습니다.



#1. 당근쥬스에 시리얼 말아먹는 아기

2001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모넬 화학감각센터에서 일하는 줄리 메넬라(Julie menella) 박사의 실험입니다.[각주:1]

메넬라 박사는 임신부들을 모아 실험군을 3개로 나눴습니다. 참가자들은 임신 7개월 이후와 2달의 수유기간동안 지정된 음료(당근쥬스 or 물)를 마셨습니다.


실험군1의 임산부는 임신기간에 당근쥬스를 마시고, 모유수유기간에는 물을 마셨습니다. 실험군2의 임산부는 임신기같에 물을 마셨고 모유수유기간에 당근쥬스를 마셨습니다. 실험군3은 두 기간 모두 물을 마셨습니다. 

(약간 설명을 덧붙이자면, 실험군3은 대조군입니다. 실험군 1,2와 3의 결과에 차이가 나타났다면 당근쥬스와 물을 마신 것이 차이를 가져왔다는 말. 즉 당근쥬스가 아기의 입맛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실험설계입니다.)


자자. 어떻게 됐을까요.

실험을 시작한지 6개월 뒤.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임신기간이든 모유수유 기간이든 당근주스를 먹은 임산부의 아기는 곡물가루(cereal)를 당근주스에 말아서 잘 먹었습니다. 비디오촬영을 해보자 아기들의 표정도 그리 싫지 않아보였답니다. 

(생각만 해도 이상한 맛일 것 같지 않나요.......그런데 잘 먹었다는 말씀! 그것도 )

반면, 물만 먹은 산모가 낳은 아이는 이것을 잘 먹지 못했습니다. 표정도 잔뜩 찡그리는 등 싫어하는 표정이었답니다. 당연합니다. 이상한 맛일껍니다.....OTL


아기들 표정이 이러했을까요? ^^a/ 사진출처 www.etsy.com




엄마 뱃속에서든 모유에서든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기 때문이었겠죠.

반면, 엄마 뱃속에서든 모유에서든 경험해본 맛에 아기들은 더 익숙해했습니다. 


그리고 엄마 사람뿐 아니라 토끼, 들쥐, 실험 쥐 등도 엄마 뱃속에서 맛본 음식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2. 엄마 뱃속에서부터 정크푸드에 길들여진다

영국 런던 왕립수의대의 스테파니 배이욜(Stephanie Bayol) 박사 연구팀은 엄마 뱃속에서 정크푸드를 맛본 쥐의 새끼는 태어나서도 정크푸드를 좋아했다는 실험결과를 내놨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2007년 영국영양학회지에 발표했어요. [각주:2]


대조군에게는 사료만 주고, 실험군에게는 사료와 정크푸드를 같이 줬습니다. 이후 새끼가 태어난 뒤 10주차에 사료와 정크푸드를 같이 줘봤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예상하는 바로 그 장면이 연출됩니다.

엄마쥐의 뱃속에서 정크푸드를 맛본 쥐들은 일단 과식했습니다. 대조군 쥐의 2배가까이 먹었다고합니다. 

특히 달고 짜고 자극적인 정크푸드에 집착했습니다.

뱃속 환경이 어떻게든 아기의 입맛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겠지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말은 곧. 엄마가 임신중에 햄버거 많이 먹으면 아기도 햄버거 좋아한다. 이런 말 되겠네요. 


#3. 향료에도 익숙해지는 뱃속 태아


유럽미각과학센터의 베노아 샬(Benoist Schaal) 박사는 2000년, 임신 중 아니스 향의 음식과 음료를 먹었던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태어난지 4일이 지나서도 아니스 향을 선호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뱃속에서 엄마가 먹는 것을 간접적으로 맛보는 아기는 정말 신기합니다.

임산부의 몸은 더 신기합니다. 내가 먹는 것을 맛이든 향이든, 아기에게도 나눠주는 이 과정이 말입니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기준으로 보면, 숨이라도 쉬고 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해보입니다. 혼자 뭘 하기라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죠. 

그런데 그런 아기라도 절대 백지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주는 실험결과들입니다. 

아기는 이미 엄마 뱃속에서 음식의 냄새, 맛 등을 겪었습니다. 아니, 엄마가 이미 아기에게 이런 감각들을 경험시켰습니다. 뱃속에서부터요. 


갓난아기들. 사실 알고보면 엄마 뱃속에서 제대로 훈련받은, '준비된' 아기들 아닌가요!!?? 


알고보니, 엄마는 절 임신했을 때 그렇게 생무와 오이가 드시고 싶으셨답니다. 육류는 전혀 먹고싶지 않으셨다네요. 그런데 제 식성이 딱 이렇습니다.

생 무를 껍질만 돌려 까낸 뒤 아작아작 먹는거 좋아합니다.

오이를, 생오이를 그것도 고추장에 찍지도 않고 날로 아작아작 먹는거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전 오이를 피부에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 (으쓱 ㅋ)


그리고 고기류....별로 안좋아합니다. 

전 제가 원하는대로 먹는데. 그 강도가 거의 semi 채식주의자 정도였어요.


저와 엄마의 사례만봐도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엄마가 먹은 음식에 익숙해하는 게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___^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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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포스팅 예고입니다.

엄마가 먹은 것을 아이에게도 전해주는 자궁 속 환경과, 태반에 대한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1. Julie Mennella/Prenatal and postnatal flavor learning by human infants/Pediatrics/2001 Jun [본문으로]
  2. Bayol Stephanie/A maternal 'junk food' diet in pregnancy and lactation promotes an exacerbated taste for 'junk food' and a greater propensity for obesity in rat offspring/Br J Nutr./2007 Oc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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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캔디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