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은지 벌써 반년이 지났습니다.

 

 

아기를 낳는 일. 흔히 산고의 고통이라고 말하는 그것.

정말 어떤 단어를 갖다대도 말로 표현할 수 없더군요.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해두려 합니다.

 

#1. 출산 일기 시작합니다.

 

2012년 9월 17일 새벽 2시 반.

한참 잘 시간에....갑자기 눈을 떴습니다.

배 깊은 곳이 찌르는 듯 아팠습니다.

 

아............

악............???!!!

저는 이미 예정일이 이틀 지난 산모.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친구들이 진통할 때 걸어야 아기가 빨리 나온다고 한 말이 생각나

그때부터 무작정 거실을 왔다갔다 걸었습니다.

 

이때 진통주기는 약 15분.

쉽게 말해 1~2분 아프다가 15분 안아프다가. 다시 1~2분 아프고. 15분 안아프고.

패턴입니다.

 

새벽4시쯤 되자 이젠 진통할 때 식은땀이 나고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어느정도 아프냐면.

거실을 돌고 돌다가 진통이 오면 쇼파에 누워 헉허걱. 대고. 이런식으로.....이전엔 걷다가 주저앉아 눈을 질끈 감으며 아픈거 참는 식이었어요.

흔히 생리통보다 아프냐는 질문들 많이 하시는데...초기 진통부터 생리통보다 아픕니다. (전 그랬습니다. 물론 개인차 큽니다)

 

진통 올때마다 몸을 새우마냥 구부리고. 그 시간을 견디는 것밖에......

임신부가 할 수 있는게 뭐 따로 있나요 뭐...

 

병원에 가려면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와야합니다.

기다렸습니다. 기다렸습니다. 5분진통을....

 

아침 6시 남편은 회사에 가야하니.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놀란 엄마는 7시반쯤 오셨어요.

날아오셨나..;;

 

그사이에도 저는 계속 진통.

 

간격은 계속 10~15분 사이.

점심때가 됐는데도. 진통간격이 줄어들 기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진통간격이 벌어졌어요. 20 분 간격으로 오기도 했어요.

 

엄마는. 삼십년전에 아기 둘 낳은 베테랑 답게. 진통 잦아들 때 한숨 자라고 하셨고.

나는 진통중에 잠이 오겠냐고 대꾸 했지만. 몇분뒤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한시간 반 정도 잔거 같습니다.

 

신기하게 그사이 진통이 안왔나봅니다!!??

어쨌든.

 

오후에도 계속 진통을 하는데. 오후엔 침대 위에서 이불을 주먹으로 꽉 쥐고 부여잡고 몸은 새우마냥 꼬았으며. 척추에 식은땀이 쭉 흐르고 소름이 돋는 강도의 진통이 왔습니다.

그래도 간격은 계속 10~15분.

 

기다리다 지친 나는 병원에 전화를 했고. 

분만실 간호사는 매몰차게"5분 진통오면 병원오세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림.... 

 

밤 11시. 남편이 드디어 퇴근하고 집에 왔다.

남편 집에 오자마자 라마즈 분만교시에서 배운 체조를 했다.

 

남편과 마주본 뒤 남편의 목에 팔을 걸고 임신부가 상체를 축 늘어뜨린 채  엉덩이를 좌우로 실룩실룩 흔드는 자세.

 

아. 이 자세 효과 좋아요.

그때부터 진통이 쓰나미치듯 몰려오기 시작했거든요다. 강도도 쎄더라고요.

 

시간을 재보니 드디어 5분간격!!!

 

당장 짐을 싸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 와서.

아픈 배를 부여잡고.

가족분만실 선택하고. 입실하고. 관장하고 등등 초동 처치를 후닥닥 했고요.

 

무통주사 맞았습니다.

(무통주사에 대해 한마디. 무통주사 선택은 100% 자신의 선택입니다. 장단점 모두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무통주사는 당연히 맞아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아기낳다가 산모가 진통으로 너무 힘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하지 않은 출산이라고 생각했기에...아주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눈부신 현대의학의 발전을 외면하면 안되지요. 흠흠)

 

척추로 가늘고 긴 바늘이 들어가는 느낌이 났고. 20~30분이 지나자 고통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약 스무시간에 걸친 진통에 지친 저는 일단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습니다.....만

채 한시간도 안돼 엄청난 진통이 밀려왔습니다.

 

온몸이 떨리는 진통.

옆에 있던 엄마는 언능 간호사를 불러왔고.

간호사는 자궁문이 거의 다 열렸다며 아기 밀어내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병원에 왔을 때 자궁문이 6cm열렸다고 했는데. 두시간도 안돼 10센티 가까이 열린 겁니다. 진행이 빠른 편이었다고해요.

 

#2. 진짜 고통의 시작.

 

지금부터 정말 끔찍한 시간이......

진통이 1분간격으로 왔다.

이제까지 겪은 진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던거 같다.

아기 밀어내기하는데......(아기가 질을 통해 나올 수 있도록 힘주는 과정)

진통은 오고. 배는 딱딱해지는데 힘은 줘야하고. 아파죽겠고.

 

난 절로 몸이 뱀처럼 꼬여갔고. "살려주세요"란 말이 나왔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말이 나온다는거 자체가 힘을 덜 주신거에요. 힘 더주세요"라는 말로 나를 아주 열받게 했다.

분명 그때 나는 혈압이 올랐을 것이다. ㅋㅋ (수치 체크 함 해봤어야했는데.ㅋ)

 

그리고 사실 이후는 잘 기억이 안난다.

주위의 말로는 약 한시간정도 '폭풍진통'을 했다는데.

나의 뇌가 아주 '친절하게'도 힘든 기억을 지워주셨나보다.

 

기억이 나는건.

내가 남편의 손을 너무 쎄게 잡았던 것. 남편이 정말 너무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됐다. 남편 없이는 아기 못낳는다.  

아기의 머리가 보인다는 말이 들린 뒤. 의사쌤이 들어왔다.

나는 의사쌤이 너무 반가워(이 고통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까지 했다. 그 없는 정신에...

 

그리고 힘을 두번 강하고 길게(속으로 천천히 열을 셋다. 물리적 시간으로 따지면 10초정도?) 준 뒤.

레지던트가 내 배를 살짝 눌렀고. 그때 아기가 나왔다.

응애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의 고통은 싹 사라졌다.

 

 

 

그가 세상에 나왔다.

#3. 시커먼 아기

 

아기를 처음 보면 당연히 물에 팅팅 불어 못생겼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못생겨도 너무 못생겨보였다. ㅎㅎㅎ

 

아홉달 이상 뱃속에 있었으니 오죽할까.

 

갓 나온 아기를 의사쌤이 내 배 위에 올려주셨다.

 

아기는 반사적으로 젖꼭지를 찾았고.

내 젖꼭지를 물었다.

 

아기도 처음. 나도 처음이라 모든게 어색했다.

아기는 빨고는 싶었겠지만 제대로 빨지는 못했다.

입 밖으로 살짝 살짝 내미는 혓바닥이 나는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었다.

 

그리고 너무 경이로웠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 몸에서 한 생명이 자라 이렇게 세상으로 나오다니.

세상에 이보다 더 경이로운 일이 있으랴.

그리고 그 일을 내가 해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감히, 자랑스러웠다.

 

 

목욕하고 엄마 옆으로 온 랑이. 그리고 아기를 낳고 '재빨리' 정신차려진 엄마 목.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엄마몸의 재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 입맛 엄마 뱃속에서 결정된다  (0) 2013.04.16
엄마의 선물  (4) 2013.04.02
25시간만에 만난 당신  (1) 2013.03.27
임당에서 벗어나다  (0) 2013.03.25
아기가 찾아왔다.  (0) 2013.02.16
한국엄마의 독특한 모성애  (0) 2012.09.15

Posted by 캔디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