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초.

새싹은 소리없이 뱃속에 자리잡았다.

나는 꿈에도 몰랐다.

남편도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꿈에 알았던 건 놀랍게도 내 남동생이었다. 호랑이가 나오는 태몽을 꾸고 가족이 생기겠구나 싶었단다..)

 

돌이켜보면 난 임신에 무지했고. 몸의 변화에 둔했다.

나름 생물학도 전공했고. 여성의 한달주기 몸 변화에 대해서는 꿈에서도 그래프를 그릴 수 있을만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과외에서 가르친것만 따져도 수십번일 것이다..) 정작 내 일이 되니 하나도 못 알아채겠더라.

이런 걸 두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말하는 것일테다.

 

나와 남편은 1월초 태국의 방콕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고. 우리는 방콕의 이국적 정취를 느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내 몸은 마음과 달랐다.

일단 입 안이 왕창 헐었다.

목구멍 입구에 새끼손톱만한 구내염이 생겼다. 혀에도 한개 생겼고. 잇몸근처, 입술 근처에도 생겼다.

총 4개였다.

 

방콕에서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특히 나는 액젓 맛이 나는 샐러드를 꼭 먹겠다고 몇달전부터 버러왔는데.

액젓이 들어있는 샐러드가 입에 닿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레몬그라스 허브차 뿐이었다.

음식의 천국이라는 방콕에서 이 무슨 고문이란 말인가.

 

그리고 온몸이 너무 피곤했다.

당시 방콕에서 가장 hot하다는 클럽에 놀러갔다. 그이름 bed supper club. 말 그대로 클럽에 침대가 있었다. 거기 앉아서 혹은 누워서 노는 클럽이었다.

조명이 반짝반짝거리고 귀가 찢어질 듯 음악이 나오는 곳에서 나는 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았다.

몸이 얼었다가 녹아 축늘어진 오징어마냥...바닥에 축.........널부러져 있는 느낌.

 

태국에 가면 와코루 속옷이 싸다는 말을 들어. 속옷 쇼핑에 나선 나는 또 한번의 변화를 경험한다.

속옷이 몸에 맞지 않았다. 가장 큰 사이즈를 입어도 작았다.

아무리 우리나라와 태국의 속옷사이즈가 다르고. 태국 여성의 가슴사이즈가 한국 여성인 나와 다르다고해도. 이렇게까지 속옷이 맞지 않는다니..이상했다.

 

이정도 되면 나는 단박에 알아차려야했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 되돌아올 때 쯤에야 겨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했다.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 때문이 아니었다.

 

생리를 할 시기가 5일 정도 지난것 때문이었다. 나는 보통 주기가 맞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는 분명 이상한 신호였다.

한국에 돌아온 뒤 난 본격적으로 '몸살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으슬으슬 추웠고. 온몸이 무거웠다.

 

결정적으로. 한국에 돌아온 뒤 소화가 잘 안됐다. 식욕도 싹 달아났다.

 

나중에야 알았다.

임신을 하게 되면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몸이 피곤해지고.

힘이 없고.

하루종일 잠이 오고.

가슴이 커진다는 사실을!!!

그리고 입덧!!!이 시작됐다는 것을.

 

임신 사실을 안 당일. 내 일기를 보면 나의 어리둥절함과 반가움과 행복감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아래 사진 참고) 화살표 끝에 있는 깨알만한 점이 9~10월에 세상의 빛을 볼 ‘랑이’ 입니다.
아직 임신초초초초기라서 랑이 길이는 몇밀리미터 수준. 모양은 멸치모양. 사람의 형체를 갖추려면 한참 멀었어요.
현재 랑이는 신경계를 활발히 만들고있고. 심장도 만들려고 준비중이라고 의사쌤이 그랬습니다.
대학에서 생물을 전공하고. 과학기자까지 하고있는데도... 이 생명의 시작점인 임신과정을 직접 겪으니....어리둥절할뿐입니다...
교과서 속 수정,착상, 세포분열... 세부적으론 4세포기.. 배반포.. 등등. 이런과정들이 몸안에서 벌어진다는게 신기하고..
생명이란게 참 경이로워요. :::

5주차 아기. 화살표 끝의 점 모양이 아기다.

 

아기는 뱃속에 자리를 잡은 뒤 예비엄마에게 줄기차게 신호를 보내왔던 것이다.

호르몬도 변화시켰고. 엄마를 피곤하게도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자신의 존재를 가장 강하게 알리기 위해

입덧을 일으켰다.

 

따져보니 아기가 내 뱃속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11년 12월 말.

태국에 갔을 땐 아기가 이미 뱃속에서 자리를 잡은뒤였다.

그러고보면 태국여행은 우리 세가족의 첫 가족여행인 셈이다~

 

여성의 몸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고 착상이 되면서부터.

여성의 몸은 변하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입덧으로 몸이 힘들고.

체형이 변한다. 가슴이 커지고 골반도 커진다.

살도 찐다.

 

이 모두 여성이라면 무작정 반길수만은 없는 변화다.

특히 나의 경우 몸이 변하는게 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

사람들은 의외로 임신한 여성의 몸 변화에 무심했다.

정말 의외였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아니 자주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임신 중 여성의몸의 변화에 대해. 그리고 몸 속 태아의 성장발달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었다.

 

나와 같은 두려움과 걱정을 한가득 안고 있을....또 다른 목정민들을 위해

같이 느끼고 같이 토닥이고 같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아기의 이름은 양시원이다. 지난해 9월 18일 새벽 3시 19분에 태어났다.

2013년 2월 16일 현재 만으로 5개월이다. 몸무게는 8kg이 훌쩍 넘었다. 키도 70cm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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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도 밝혀내지 못한 입덧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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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캔디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