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경향신문 목정민 기잡니다. ^_^

 

오늘은 산만함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해요.

기자라는 직업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하루종일 달고다닙니다. 이런 일을 몇년 하다보니 제 집중력에 드디어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http://www.ayushveda.com/magazine/how-to-develop-powers-of-concentration/

 

#1. 현상

과거 저 집중력 하나는 끝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집중하면 공부 목표량을 일사천리로 끝내곤 했습니다.

전 원래 일 끝내고 최대한 쉬거나 놀자 주의였기 때문에..질질 끄는걸 싫어했어요.

그리고 시끄러운 곳에서도 집중을 잘했어요. 오죽하면 공부 안될 때 지하철에서 공부를 하기도하고...거실 한가운데서 (가족들에겐 미안했지만...;; ) 공부하곤 했어요.

 

그러던 저의 집중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된 건 아이폰을 사용한지 약 일년이 돼섭니다. 지난해 여름쯤?

제 사고방식이 아이폰 구동방식을 닮아간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말이 어렵죠. 쉽게 말하면..

아이폰 쓰다보면 어플 한개 실행시켜놓은채로 다른 어플 같이 실행하죠?

우리들이 흔히 '멀티'라고 부르는 그것.

제 사고방식이 딱 그것을 닮아갔습니다.

이 생각하는 도중에 다른 생각으로 옮겨가고. 그상태로 또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 머릿속에는 '멀티'생각이 계속 되었죠. 갈수록 머리만 지끈지끈.

생각은 결론을 채 내기도 전에 끊기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니 머릿속엔 진행중(processing)인 생각들만 가득했어요.

생각은 발전하지못했습니다. ㅠㅠ

그러니 깊이가 앝은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자연스레 집중력도 떨어졌습니다.

 

이 현상은 대화패턴에서도 나타났어요.

한 주제를 파고들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얘기 하다가 다른 얘기로 급격히 넘어가고...또다시 다른얘기로 갈아타고.

대화의 깊이가 점점 얕아진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런 제가 싫어졌어요.

그래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2. 원인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달고 다니기 때문인 것 같았어요.

기계에 길들여진 인간이 된 것이죠.

 

저의 경우 하루생활이 아래와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스마트폰을 켜고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SNS를 켜서 간밤에 일어난 일을 체크해요(기자라는 일의 속성상..해야만합니다. 밤새 소위 '물먹은' 팩트 없는지 챙겨야 하니까요)

밥을 먹으면서도 지난밤의 뉴스를 체크하죠.

출근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요. 자꾸 체크해야할것들이 생기더라고요.

오전 8시즈음부터 각종 출입처에서 알림문자들이 날아오기 시작합니다.

사이사이 회사 데스크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요.

내내 전화와 문자, 뉴스체크, SNS체크, e메일확인을 반복합니다.

잠들기 전 다시한번 뉴스체크를 하고. 제가 쓴 기사가 제대로 웹에 올라갔는지도 체크해야합니다.

 

하루종일 컴퓨터를 켜고있어야하고. 하루종일 문자와 전화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었다 놨다 해야합니다.

우어어 써놓고보니 더 무시무시하네요. -_-;;;

 

http://sfltdu.blogspot.kr/2012/05/abuse-misuse-and-no-usewhere-are-we.html

이런 제 뇌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제 뇌를 직접 실험에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선행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제 뇌에 일어난 일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제가 읽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에 보면 저와같은 증상을 겪는사람들과 그들의 뇌 반응에 대한 실험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중 다음의 실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터넷을 켜면 검색을 하루에도 수십번 하지요.

구글링(googling)하는 동안. 우리의 뇌는 외측 전전두엽 피질의 활성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UCLA 정신의학과 개리 스몰 교수가 2008년 한 실험이에요.

인터넷 검색에 숙달된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과 초보인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의 뇌활성도를 비교했더니.

컴퓨터에 정통한 실험참가자들의 경우 외측 전전두엽 피질로 불리는 뇌의 왼쪽 앞부분에 있는 특정 네트워크를 사용해 이부분이 활성화됐다고 해요 반면, 구글링 초보자들은 이 부분의 활동이 미약하거나 활성화되지 않았답니다.

 

이런 생활을 내내 반복한다 생각해보시면...

그렇죠 뇌의 특정부위가 발달되는겁니다.

후천적으로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실험에 따르면 단 6일뿐이었답니다.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만 있으면 뇌를 바꿀 수 있다는말.....ㅜㅠ

 

개리 스몰 교수는 위에서 실험에 참가했던 초보자들에게 6일간 인터넷 검색 연습을 시킨 뒤 다시 뇌영상을 찍어봤어요.

그랬더니 초보자들의 뇌도 인터넷 검색에 숙달된 사람의 뇌 활성패턴과 똑같아졌다고 합니다.

맙소사. 겨우 6일 OTL

 

인터넷을 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실험도 있어요.

인터넷은 링크의 연속이죠?

그림이나 글자를 클릭하면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고. 우리는 새로운 자극과 만납니다. ㅎㅎㅎ

그런데 링크와 마주치면 뇌의 전전두엽 피질은 마우스를 클릭할지 말지를 판단한답니다.

이것이 바로 기억력을 저해한데요.

쉽게 말해 어떤 문장을 읽었습니다. 문장 끝에는 화살표로 링크가 걸려있다고 칩시다.

나는 그 문장을 곱씹어보고 있다고 여기지만..사실 우리 뇌는 그 문장 끝에 있는 화살표를 누를지말지를 결정하느라 문장 곱씹는일을 뒷전으로 미루고있다는거죠. 거참.ㅠㅠ

 

위 실험내용 참고: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17, no.20(2009년 2월):116-26 <Your Brain on Google: patterns of cerebral activation during internet searching>(G.W.Small etc.)

 

인터넷 페이지에 있는 글을 읽기가 힘든 이유가 이것때문이었나봅니다.

전 인터넷 페이지 글을 몇줄 이상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ㅡ.ㅡ;;;

 

여러분들도 그러시나요?

이걸 직접 실험해 본 과학자도 있습니다.ㅣ

 

제이콥 닐슨이라는 과학자가 2006년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시선 추적 실험을 했어요. 232명의 실험참가자이 문서를 읽는 동안 그들의 눈의 움직임을 추적했습니다.

역시나 대다수는 재빨리 문서를 훑었어요.

그들의 시선은 대략 알파벳 F자 형태였다고 해요.

문서의 첫번째 또는 세번째 줄까지는 끝까지 봤다고 해요. 그런데 이후 시선이 아래로 떨어지고, 몇줄 더 가서 가운데 정도까지만 재빨리 살폈답니다. 문장의 오른쪽 끝부분을 보지 않았다는거죠.ㅎ

 

그 결과 어떤 일이 또 벌어졌냐하면.

글이 길어져도 사람들이 해당 문서에 눈을 머물게하는 시간은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닐슨의 실험대로라면 문서에 100개의 단어가 더 추가될때마다 이용자가 이 페이지를 보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평균 4.4초에 불과했습니다. 이 시간은 18개 단어정도만 읽을수있는 정도로 짧은시간이었죠....

 

이때문에 문서의 내용을 기억하는 비율도 급격히 낮아집니다.

집중력 저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죠.

나는 집중하고있지만. 뇌는 인터넷을 사용하느라 전혀 집중하지못하고 있는 상황...

 

 

아....

위 실험들을 읽고나니 더 가슴이 먹먹해지는것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제게서 떼놓고 싶어지네요.

 

인터넷에 익숙해지면서 제 인지능력과 집중력도 변하고있다는 사실.

인정하고싶지 않지만. 현실인것이고...

 

이 인정하고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면서도

전 집중력을 잃지 않겠다는 욕심이 나는것도 사실이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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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캔디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