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 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시티 내 스튜던트 센터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컨퍼런스 2011>에 다녀왔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세계과학기자컨퍼런스측과 카타르재단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약 700명의 과학언론 종사자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과학기자는 물론 과학계 홍보종사자, 교수들, 과학기술계 기업 관계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많은 주제 중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재난보도와 위험보도, 과학저널리즘과 뉴멀티미디어, 암(cancer)과 과학기사였다. 
 
나름 생물학을 전공한 탓에...생명과학 세션과 일본 후쿠시마 지진 관련 세션에 주로 참가했다.



사진: 세계과학기자컨퍼런스2011 개막식에서 아흐메드 즈웨일 교수가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Mok Jungmin 

 
컨퍼런스는 개막 기조발언부터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막 기조발언을 한 분은 아흐메드 즈웨일(Ahmed Zewail)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로 199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이다.  현재 오바마 미국 대통령 과학보좌관으로 자문 역할도 하고 있다. 
아흐메드 즈웨일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답게 현대 과학의 자취를 짚고, 과학이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언론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즈웨일 교수는 ‘과학의 역사’는 곧 ‘도전의 역사’였다고 정의했다. 
도전의 결과 과학의 연구영역은 나노 수준 이하로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우주 수준으로 한없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세영역에서 과학계의 화두는 원자 구조에 대한 표준이론의 증명이다. 스위스의 CERN에서는 LHC를 이용해 입자충돌실험을 하고 있다. 충돌실험으로 발견하려는 것은 바로 힉스입자다. 
물질에 질량을 준다고 알려져있는 입자이지만 아직 인간은 힉스입자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즉 표준이론은 모래성 위에 있는 이론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힉스가 발견되면 표준이론이 증명되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이론 정립이 필요해진다. 
반대로 거대영역에서의 화두는 암흑물질, 반물질의 규명이다. 이를 규명하는 것은 곧 우주의 생성을 탐구하는 것과 같다. 앞으로 과학이 어떤 발견을 하게될지 아무도 모른다. 기대감에 도전을 계속 하는 것이 과학이다.

건전한 과학 사회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먼저 현재 미디어에는 선정적인 소재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보가 많지만 이것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지도 못하고 있다. 
가령 엑스레이선이 발견될 때 로라 스플렉의 논문 제목은 너무나 평범했다. 로라 스플렉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논문 제목이 평범했던 탓에 기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 요즘같았으면 아예 잡지에 싣기조차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즈웨일 교수는 “너무 센세이셔널한 것만 찾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집트 출신답게 아랍권 과학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즈웨일은 “미국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과장돼 이슬람을 갈등과 분쟁의 동의어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다분히 정치적인 것으로 아랍 종교보다 아랍 문화를 폭넓게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아랍문화는 자유와 행복한 삶 두 가지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이 즈웨일 교수의 설명이다.

 

사진설명: 오전 전체 컨퍼런스 모습. /WFSJ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로페이크(David Ropeik) 교수는 '위험보도의 위험'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으로 위험보도에 대한 심층성있는 강의Show를 보여줬다. 하버드대 교수라서그런지 실제로 토론을 했고 발표 쇼맨십이 대단했다. 

로페이크 교수는 전직 방송기자다
. 방송기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고현장에 다녔다. 그러면서 사실 별로 위험하진 않고 거대 재앙은 아니지만 대중은 과장해서 재앙처럼 인식하는 경우를 다수 경험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로페이크 교수는 그 간극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왜 위험을 둘러싸고 정부와 일반인, 언론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가 다른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로페이크 교수는 위험을 과연 과학적으로 마주하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이번 강의를 기획했다.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들의 조언과 저널리스트의 체감 사이에는 간극이 있어왔다. 이 간극의 이유는 무얼까.

먼저 위험(risk)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의해야 한다.
로페이크 교수에 따르면 위험은 해악을 미치는 것에 노출돼있을 때를 말한다. 독사가 바로 눈앞에 있으면 위험요소가 되지만 동물원 안의 독사는 위험요소가 되지 않는다. 노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위 두 요소 중 한가지라도 없으면 위험으로 볼 수 없다.

로페이크 교수는 위험 인식에 영향을 주는 15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신뢰(trust)의 정도다. 믿으면 덜 불안하고, 못 믿으면 더 불안해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뢰를 만들까. 위험에 대해 대중이 정보를 많이 얻을 것, 대중이 위험에 노출될 것인지 아닌지 의사결정하는 과정의 투명성, 기업과 기관이 대중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정도, 대중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의지가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위험도와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효용성이 높은가이다. 위험하지만 이득이 있다면 사람은 도전하기 마련이고, 받내라면 이기적이 된다.

셋째, 조절(control)이다. 위험을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위험을 덜 느낀다. 넷째, 자연적인 것이냐 인공적인 것이냐다. 자연적인 것보다 인공적인 것에 더 위험을 느끼기 마련이다.

위 주요 요소를 바탕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뒤 방사성물질로부터 패닉에 빠졌던 한국 사회 상황을 분석해낼 수 있다. 사고 직후 한국사회는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대중과 언론의 간극이 아주 넓었다. 이것은 국민이 정부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이 아닐까. 원전 폭발로부터 한국이 얻는 이득은 없었고 위험만 존재했다. 대기를 타고 방사능물질이 날라오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이는 인공적인 위험이었다. 즉 원전사고 뒤 국민이 불안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주목해야할 것은 국민 불안의 기저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사회에서 더욱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이 신뢰도를 얻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성숙은 필수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으로 카타르 문화 체험을 들 수 있다. 

카타르는 자원이 척박한 사막 나라다. 사막 위의 인공도시랄까. 그곳엔 인적자원은 물론 자연자원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산유국답게 국가차원에서 과학분야에 엄청난 금액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번에 과학기자컨퍼런스를 유치한 카타르재단이라는 곳은 카타르의 여왕이 소유한 재단이라고 한다. 재단의 도움으로 마음만 먹으면 공짜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해외 대학도 적극적으로 유치해 Education City라는 곳을 만들었다.

물론 카타르와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달라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과학은 단기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 분야인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한다는 생각만큼은 카타르와 한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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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캔디목